
북한 지뢰 책임 부인이 우리 군의 중간조사 결과 발표 이후 빠르게 나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조사 결과를 ‘자작극’으로 규정하면서, 북한의 국경 요새화 작업과 향후 남측의 군사적 대응을 둘러싼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30일 공개한 김여정의 담화에 따르면 그는 우리 군이 지난 28일 밤 발표한 DMZ 지뢰 폭발 중간조사 결과를 전면 부인했다. 북한이 책임론에 신속하게 대응한 것은 이번 사건이 북한의 국경선 요새화 작업에 미칠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당시 북한이 우리 군의 조사 결과를 부인하는 담화를 발표한 것은 남측의 책임 지목 이후 나흘이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에는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뒤 남북 고위급 접촉이 이뤄졌고, 북한이 ‘유감’을 표명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된 바 있다.
이번에는 김여정이 직접 나서 당시 사건을 언급하며 ‘명백한 자작극’이라고 주장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김여정이 2015년 사례를 다시 거론한 것은 한국이 향후 어떤 조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과거와 같은 유감 표명은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으로는 국경 요새화 작업이 거론된다. 북한은 2024년 이후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방벽과 철책을 설치하고 지뢰를 매설하는 등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 작업은 내년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군이 북한의 지뢰 매설에 대응해 군사분계선 일대의 경계·정찰을 강화하거나 북한군의 월선에 대한 전술적 대응을 강화할 경우 북한의 요새화 작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김여정의 담화에는 한국군의 대응 강도를 낮추려는 목적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주요 관심사가 요새화 작업의 차질을 막는 데 있다고 분석하면서, 김여정이 경고사격과 실사격을 구분해 언급한 점에 주목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역시 북한이 한국군의 조사나 경고사격을 ‘공사 방해’ 또는 ‘주권 침해’로 규정함으로써 국경 차단물 설치를 주권 행사로 계속 추진하려 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반면 김여정의 담화를 확전을 막고 상황을 관리하려는 신호로 보는 분석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북한이 중단된 대남 심리전의 재개 가능성을 차단하고 향후 북미 간 대화 재개 가능성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줄이려는 의도가 담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경고사격이 아닌 실사격이 이뤄질 경우 보복하겠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한국군의 대응을 사전에 제한하려는 경고로, 다른 한편에서는 일정한 대응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국지적 충돌이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것을 막으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유엔군사령부가 이날 MDL 이남에서 북한 지뢰를 발견한 사실을 토대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도 변수다. 유엔사는 정전협정 체계에 따른 후속 조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이며, 과거처럼 북한에 위반 사실을 통보하고 군사적 협의를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북한이 군사회담이나 협의 제안에 응할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최근 북한이 국지적 충돌을 관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군사회담의 필요성을 인식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회담에 응할 경우 지뢰 사건에 대한 책임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협의 제안에 호응할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이번 사태의 향방은 북한이 국경 요새화 작업을 계속하는 가운데 한국군과 유엔사가 어떤 방식으로 정전협정 위반에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북한의 책임 부인과 한국·유엔사의 조사 결과가 맞서는 상황에서 군사적 대응과 대화 사이의 관리가 향후 접경지역 긴장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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