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핵잠수함 건조 추진을 둘러싼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 움직임을 ‘핵 도미노’의 출발점으로 규정하면서, 이에 대응해 상대국의 생존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보복공격 능력을 확보하겠다고 위협했다.
장금철 북한 외무성 제1부상 겸 10국 국장은 1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 추진을 강하게 비난하며 이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핵무력 경쟁을 촉발할 수 있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장 국장은 특히 “적수국들의 군사적 기도에 생존 불가능, 재생 불가능의 보복공격으로 응대할 수 있는 독보적인 힘”을 갖추는 것이 전쟁 억제를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한국의 핵잠수함 추진을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한 것이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월 미래국방전략위원회 회의에서 핵잠수함 건조 추진을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상징으로 설명한 점과 한미 간 관련 협의 내용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이 단순한 방어 목적을 넘어 궁극적으로 핵무장으로 이어지기 위한 준비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한국의 핵잠수함 추진이 2003년부터 비밀리에 진행됐다는 주장도 내놨다. 한국이 핵연료와 관련한 제약에서 벗어나 핵물질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이를 핵무장으로 연결하려 한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다만 이러한 북한 측 주장은 한국 정부의 공식 설명과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장 국장은 또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가 한미일 안보협력을 미국·영국·호주의 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KUS)와 유사한 형태로 발전시키는 준비단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반도 주변 해역뿐 아니라 대만해협과 남중국해까지 미국 주도의 핵잠수함 협력이 확대될 수 있다며 역내 군사적 대결 구도를 강조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에도 한국과 미국의 안보정책 변화를 자국의 군사력 증강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하는 행태를 반복해왔다. 이번 담화 역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추진을 북한의 핵·미사일 전력 강화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번 발언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북한이 한국의 핵잠수함을 단순한 해군 전력 증강이 아니라 자국의 핵 억제력 강화와 직접 연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생존 불가능한 보복공격’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군사적 대응을 넘어 핵 억제전략을 노골적으로 강조한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핵추진잠수함을 둘러싼 논쟁은 결국 한반도 안보 딜레마와 맞닿아 있다. 북한은 자신의 핵무력을 방어와 억제의 수단이라고 주장하고,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독자적인 해양작전 능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구조다. 한쪽의 군사적 대응이 다른 쪽의 위협 인식을 강화하면서 다시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따라서 핵잠수함 문제는 단순히 잠수함 한 척의 보유 여부를 넘어 한반도의 전략적 균형과 남북 간 신뢰, 한미동맹 및 주변국과의 안보관계까지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억제력을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군사적 긴장이 통제 불가능한 경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대화와 위기관리 체계를 병행하는 것이 향후 한반도 안보의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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