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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우크라이나 피란민 향한 혐오 확산…역사 갈등과 정치 공세 맞물려

11세 소녀 대상 혐오 발언부터 집단폭행까지… 극우 민족주의 확산 속 사회적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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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향한 혐오범죄가 잇따르면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장 많은 피란민을 수용한 국가 가운데 하나인 폴란드에서 역사 갈등과 정치권의 민족주의 담론이 맞물리며 반우크라이나 정서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폴스키에라디오 등은 폴란드 검찰이 우크라이나 피란민 아동에게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발언을 한 혐의로 54세 폴란드인 남성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용의자는 지난 11일 비엘스코비아와 시내버스에서 11세 우크라이나 소녀 두 명에게 “우크라이나로 꺼져라”는 등의 혐오 발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면서 파장이 커졌고, 해당 직원은 즉시 해고됐다. 야로스와프 클리마셰프스키 비엘스코비아와 시장은 피해 학생들을 직접 만나 사과하며 시내버스 1년 이용권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반우크라이나 범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바르샤바에서는 우크라이나어와 러시아어로 대화하던 청소년 3명이 10여 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고, 폴란드 경찰은 가해자인 10대 5명을 체포했다. 당시 라파엘 트샤스코프스키 바르샤바 시장은 일부 우파 정치인들의 발언이 혐오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폴란드 정치비평연구소가 우크라이나 출신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대부분의 응답자가 반우크라이나 정서가 뚜렷하게 강해졌다고 답했다. 연구소는 특히 지난해 대통령 선거 이후 이러한 분위기가 더욱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최근 취임한 카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세력의 폴란드인 학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해 왔으며, 극우 성향 정치세력 역시 역사 문제와 피란민 지원 문제를 결합해 정치적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폴란드에는 약 15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100만 명은 전쟁 이후 피란한 난민이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피란민들이 복지 혜택만 누린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여론을 자극하고 있고,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 문제 역시 국내 정치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폴란드 정치권을 향해 혐오를 조장하는 발언을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폴란드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협상에는 참여하면서도 농업 등 민감한 분야에서는 자국 산업 보호를 우선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브릿지타임즈는 전쟁이 남기는 가장 깊은 상처는 국경을 넘어 사람들 사이의 신뢰가 흔들리는 데 있다고 본다. 피란민 보호와 국가의 이익은 서로 배타적인 가치가 아니라 함께 조화시켜야 할 과제다. 역사의 아픔을 기억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오늘의 혐오를 정당화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평화로운 공존은 상대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함께 지키려는 사회적 선택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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