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피해자 자살위험 조기발견을 시작으로 심리치료와 일상회복까지 지원하는 범정부 차원의 대응체계가 마련된다. 법무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범죄피해자의 심리적 위기를 조기에 발견하고 필요한 지원이 단절되지 않도록 ‘범정부 범죄피해자 자살예방 추진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범죄피해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심리적 트라우마뿐 아니라 2차 피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의 불안과 스트레스 등이 피해자의 심리적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사건 초기부터 자살위험을 발견하고 전문기관으로 연결하는 체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라 지원체계를 단계적으로 보완하기로 했다.
정부가 마련한 지원체계는 ‘현황파악→예방→연계→절차상 보호→회복’의 5단계로 구성된다.
첫 단계인 현황파악에서는 범죄피해자의 자살 현황과 위험요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연구가 추진된다. 현재 관련 통계와 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범죄피해자의 자살 실태와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이를 향후 자살예방 정책 개선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예방 단계에서는 피해자가 처음 수사기관을 접하는 시점부터 심리적 어려움과 자살위험을 살필 수 있도록 절차를 보완한다. 피해자 조사 과정에서 심리상담 신청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피해자전담경찰관이 긴급 심리상담을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자살위험이 확인되면 전문기관으로 신속하게 연계해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기관 간 연계도 강화된다. 정부는 범죄피해자가 필요한 지원을 신청하고 관련 기관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범죄피해자 통합지원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범죄피해자통합지원센터와 수사기관,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스마일센터,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기존 지원기관 간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으로 연계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의 자살위험을 발견했을 때 자살예방센터 등 전문기관으로 신속하게 연결할 수 있도록 기관 간 협력체계를 보완한다. 이를 통해 피해자의 심리적 위기 상황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백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형사절차에서 발생하는 불안과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한 보호조치도 포함됐다. 살인과 강도 등 강력범죄 피해자까지 피해자 국선변호사 지원 대상이 확대된 데 맞춰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를 증원하고 법률지원 체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가해자의 석방이나 출소 등 형사절차 진행 상황에 대한 정보 제공도 확대된다. 피해자가 사건 진행 상황을 알지 못해 불안감을 겪는 것을 줄이고, 관계기관 간 정보연계 시스템을 구축해 피해자의 절차적 참여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2차 피해를 예방한다는 취지다.
심리치료와 일상회복 지원도 강화된다. 강력범죄 피해자의 심리치료를 담당하는 스마일센터는 야간·주말 상담과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인 ‘365스마일’을 운영해 시간과 장소의 제약으로 치료를 받기 어려운 피해자의 접근성을 높인다. 살인범죄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을 대상으로 회복 프로그램도 운영해 심리적 치유와 사회적 관계 회복을 지원할 계획이다.
성평등가족부는 젠더폭력 피해자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언론보도 권고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홍보와 교육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 피해자를 위한 특화쉼터를 운영해 전문적인 돌봄을 제공하고, 학대 피해 노인의 재학대를 막기 위해 인공지능(AI) 상담사 등을 활용한 사후관리를 강화한다. 장애인 학대범죄 피해자 가운데 자살 고위험군을 발굴하고 대응하는 체계도 마련할 예정이다.
사기와 보이스피싱 등 경제범죄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확대된다.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개인회생·파산 등 법률적 지원을 제공하고, 자살예방센터와 연계한 심리치료도 실시할 계획이다.
경찰청과 해양경찰청은 사건 초기부터 자살위험을 발견하고 필요한 지원기관으로 연결하는 한편 수사관 대상 인권교육을 통해 수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줄여나갈 방침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범죄피해자를 단순히 형사사건의 피해자로만 바라보지 않고, 사건 이후 이어지는 심리적·사회적 어려움까지 지원 범위에 포함했다는 데 있다. 범죄피해는 사건이 종결된 이후에도 피해자의 삶에 장기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초기 대응과 의료·심리·법률·복지 영역의 연계가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법무부는 확정된 대책 가운데 즉시 추진할 수 있는 과제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하고, 중장기 과제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연차별 계획을 수립해 추진할 예정이다.
이진수 법무부장관 직무대행은 범죄피해자의 고통을 피해자 개인이 혼자 감당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며 자살위험을 보다 이른 단계에서 발견하고 전문기관으로 신속하게 연결하는 동시에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의 보호, 심리치료, 일상회복까지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범죄피해자 지원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뿐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위험신호를 얼마나 일찍 발견하고 필요한 기관으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번 5단계 지원체계가 기관별 개별 지원을 넘어 피해자의 상황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통합적 보호체계로 정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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