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EU 밀착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금융 지원을 계기로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미국과의 관계가 흔들리는 가운데 캐나다가 미국 대신 유럽과의 경제·안보 협력을 확대하며 외교적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캐나다가 다음 달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900억 유로, 약 140조원 규모의 대출 지원에 참여하는 방안을 놓고 EU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오는 16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회담한 뒤 앤디 버넘 영국 총리와도 만날 예정이다. 카니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으로 다자주의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인식 아래 유럽을 비롯한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강화해왔다.
캐나다가 우크라이나 대출 지원에 참여할 경우 EU 비회원국 가운데 영국에 이어 두 번째 참여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 캐나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군사 지원을 지속해왔으며,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의 방공 능력 강화를 위한 요격 미사일 확보 지원에도 합의했다.
캐나다와 EU의 협력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넘어 경제와 안보 분야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양측은 무역, 안보 및 규제, 핵심 광물, 에너지·청정기술, 비자 자유화, 금융 시스템 등 6개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특히 핵심 광물과 에너지, 청정기술 분야의 협력은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캐나다와 EU 모두에게 전략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경제 안보 차원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확보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는 EU와의 관계를 보다 제도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카니 총리는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준회원국’ 모델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EU 내부의 반응은 신중하다. 이미 영국과 노르웨이 등 비회원국과 다양한 형태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캐나다를 위해 새로운 지위를 별도로 만드는 데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EU 예산에 기여하는 대신 단일시장 접근권을 확보한 노르웨이나 스위스 수준의 관계를 캐나다에 제공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 나온다.
무역 분야에서도 넘어야 할 과제가 있다. 캐나다와 EU 사이의 무역협정은 2017년부터 잠정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27개 EU 회원국 가운데 약 10개국이 농업 부문 피해 우려 등을 이유로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캐나다의 최대 교역 상대국은 여전히 미국이다. 따라서 캐나다가 EU와 관계를 강화하더라도 단기간에 미국과의 경제적 연결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EU 역시 캐나다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기존 회원국들의 이해관계와 제도적 한계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캐나다와 EU의 관계 강화는 미국과 유럽 사이의 기존 동맹 구조가 변화하는 가운데 새로운 협력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은 그 출발점 가운데 하나지만, 핵심 광물과 에너지, 청정기술, 안보 등 경제안보 분야에서 협력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경우 양측 관계의 전략적 비중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다만 캐나다의 대미 경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만큼 이번 움직임을 미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유럽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향후 캐나다와 EU가 협력을 어느 수준까지 제도화하고, 미국과의 무역 갈등 속에서 어느 정도의 공동 대응을 구축할지가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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