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지뢰 폭발 사건이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북한이 최근 2년간 이어온 군사분계선 일대 국경 요새화 작업 과정에서 지뢰를 매설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의 평화공존 구상과 군사적 대응 사이의 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지난 21일 서부전선 DMZ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의 원인이 북한군 지뢰라는 점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북한이 국경선 요새화와 관련해 지뢰를 매설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정전협정 위반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현장조사 과정에서는 북한군이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된 수지 재질의 반보병지뢰 1발도 추가로 발견됐다. 이에 따라 단순한 지뢰 유실 가능성보다 북한이 군사분계선 남쪽에 의도적으로 지뢰를 매설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리 군 장병 2명이 중상을 입고 1명이 경상을 입은 만큼 정부와 군이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강 장관은 북한에 책임이 있는 만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으며,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예상되는 대응 가운데 하나는 군사분계선 일대의 북한군 동향에 대한 감시와 정찰, 대응태세 강화다. 북한이 방벽과 철책 설치, 지뢰 매설 등을 포함한 국경 요새화 작업을 계속할 경우 유사한 사고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북한의 국경 요새화가 계속된다면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단기적인 조치를 넘어 종합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군사적 대응 강화가 남북관계 전반에 미칠 영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한 구상을 제시했지만, 북한의 지뢰 매설 문제가 불거지면서 남북 간 신뢰 회복과 긴장 완화를 목표로 한 정책을 추진하는 데 새로운 부담이 생겼다.
특히 북한이 책임을 부인하거나 추가적인 군사활동을 이어갈 경우 국내에서 대북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정부가 군사적 대응 수위를 지나치게 높일 경우 남북 간 소통 재개나 긴장 완화 조치의 공간이 좁아질 가능성도 있다.
북한군 포로의 국내 송환 문제 역시 향후 남북관계의 변수로 거론된다. 지뢰 사건과 함께 이 문제가 북한의 반발을 불러올 경우 정부가 추진하려는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 촉진 노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사건을 군사적 긴장을 관리하기 위한 대화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남북 또는 남북과 유엔군사령부가 참여하는 군사적 소통으로 이어질 경우, 접경지역에서 우발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새로운 협의의 장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북한이 최근 국지적 충돌을 자제하려는 경향을 보여왔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 역시 군사회담의 필요성을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대북정책의 방향 자체를 결정하는 사안이라기보다 평화공존과 군사적 억제, 남북대화와 정전협정 관리라는 여러 목표를 동시에 조율해야 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다. 향후 북한의 추가 행동과 한국·유엔사의 대응, 그리고 군사적 소통 가능성이 한반도 긴장의 수준을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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