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말 발간될 2026 국방백서를 둘러싸고 북한에 대한 규정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의 유지 여부를 놓고 정부 부처 간 시각차가 드러나면서 향후 논의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방부는 18일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지 않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인식하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는 연말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국방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국방백서는 대한민국의 국방정책과 안보 인식을 담는 공식 문서로, 북한에 대한 표현은 각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준으로 여겨져 왔다.
실제 국방백서 속 북한 관련 표현은 정권에 따라 변화해왔다. 1995년 처음 등장한 ‘주적’ 개념은 이후 남북관계와 안보환경 변화에 따라 수정과 복원을 반복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직접적 군사위협’이라는 표현으로 대체됐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북한을 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이후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라는 표현을 다시 사용했으며, 윤석열 정부가 발간한 2022 국방백서에서도 해당 문구가 유지됐다.
최근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명시하는 등 강경한 대남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안보 현실이 국방부가 기존 표현을 유지하려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반면 통일부는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통일부는 한반도 평화공존을 국정 목표로 추진하는 상황에서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이 정책적 방향성과 충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방백서 작성 과정에서 관련 표현의 수정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논쟁은 단순한 문구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안보의 영역에서는 군사적 위협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필요하다. 동시에 통일과 평화의 영역에서는 갈등 이후의 관계를 준비하는 상상력도 요구된다.
브릿지타임즈는 이번 논의가 ‘적이냐 아니냐’라는 이분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본다. 북한의 위협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언젠가 다시 협력과 공존을 모색해야 할 상대라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진정한 안보는 강한 경계심과 열린 대화 가능성이 함께 존재할 때 완성된다. 국방백서에 담길 한 문장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선택하는 안보 철학의 방향을 보여주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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