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강제입양 공식 사과가 이뤄졌다. 영국 정부는 1949년부터 1976년까지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약 18만5천 명의 아기가 강제로 입양된 역사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2일(현지시간) 의회 연설에서 “수많은 어머니와 자녀, 가족들에게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며 “이는 영국 역사에 남은 오점이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부끄러움은 피해자들의 것이 아니라 국가의 몫”이라며 당시 미혼모들이 사회적 편견과 제도적 압력 속에서 아이를 빼앗길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인정했다.
그는 “많은 젊은 산모들이 강압과 협박, 기만 속에서 아이를 포기하도록 강요받았다”며 “이는 일부 기관의 일탈이 아니라 지방정부와 복지기관, 종교단체, 보건·사회복지 시스템 전반에 걸쳐 관행처럼 이어진 구조적 문제였다”고 말했다.
영국 의회 상·하원 합동 인권위원회는 지난 2022년 조사보고서를 통해 1949년 입양법 제정 이후 1976년 새 입양법 시행 전까지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약 18만5천 명의 아기가 미혼모로부터 강제로 입양된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당시 미혼모라는 이유만으로 여성들이 심각한 사회적 낙인에 노출됐으며, 의료진과 사회복지사 등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입양 절차에 적극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의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1966년 17세의 나이로 미혼모 시설에 입소했던 앤 킨 전 노동당 하원의원은 BBC 인터뷰에서 “아들의 입양 과정에서 내게는 아무런 선택권도 없었다”며 “우리는 아이를 버린 적이 없지만 평생 그런 사람으로 살아야 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이후 발표한 추가 보고서에서도 국가가 복지단체와 종교시설을 통해 해당 정책을 시행한 만큼 법적·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영국 성공회도 당시 약 100곳의 미혼모 시설을 운영했던 사실을 인정하며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세라 멀랠리 캔터베리 대주교는 “돌봄과 보호를 받아야 할 여성들이 오히려 깊은 상처와 트라우마를 겪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번 공식 사과는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가 피해자의 목소리를 역사 속에 기록한 사례로 평가된다. 진정한 화해는 상처를 외면하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있을 때, 오랫동안 침묵 속에 남겨졌던 사람들의 존엄도 비로소 회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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