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두고 미국 해군이 상징성이나 국격이 아닌 명확한 군사적 목적과 운용 계획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이 한미 간 협의를 바탕으로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는 가운데, 향후 핵잠의 임무 범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역할이 중요한 논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 해군 관계자는 9일(현지시간) 하와이 진주만-히캄 합동기지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언론과 만나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에 대한 질문에 “한국은 핵잠수함을 보유해야 하는 타당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핵잠수함을 단순히 국가적 위상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도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핵추진 잠수함은 건조와 운용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실제 안보상 필요성과 구체적인 임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과거 대릴 커들 전 미 해군참모총장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관련해 언급했던 내용도 소개했다. 한국이 잠수함을 인근 해역에서만 운용한다면 핵추진 방식이 반드시 필요한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취지다.
커들 전 총장은 지난해 11월 방한 당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이 중국 억제에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은 자연스럽다고 언급한 바 있다. 동시에 한국이 자국 주변 해역에서 핵잠을 운용하면서 미국 잠수함과 함께 활동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번 발언은 한국의 핵잠 도입이 단순히 북한의 잠수함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 증강을 넘어, 보다 넓은 인도·태평양 전략 속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장시간 잠항과 장거리 작전이 가능한 핵추진 잠수함의 특성상 운용 범위가 확대될 경우 중국을 비롯한 역내 해양안보와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잠수함 전력 강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계와 신중론이 함께 제시됐다. 미 해군 관계자는 러시아가 북한의 잠수함 전력 향상을 지원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북한이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즉각적인 실질 전력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상당한 성능의 잠수함을 다수 보유하게 된다면 상당한 군사적 전력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현재로서는 “심각하게 걱정할 만한 징후”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이 잠수함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을 주시하면서도 현재의 위협 수준을 과도하게 평가하지 않는 모습이다.
한미 조선업 협력에 대해서는 한국의 경쟁력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미 해군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하면서 미국이 현재 필요한 속도로 함정을 건조하고 정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조선업계가 보유한 숙련 인력과 효율적인 건조 공정, 대형 선박 생산 경험 등이 미국의 함정 건조 및 정비 역량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한미 간 조선 분야 협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양국의 산업적 연계가 해군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주목된다.
다만 미국 해군 함정을 한국이나 일본 등 해외 조선소에서 직접 수리·정비하는 데에는 법적 제약이 남아 있다고 미 해군 측은 밝혔다. 미국 밖에서 미 해군 함정에 수행할 수 있는 업무에는 현행 법률상 한계가 있으며, 관련 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제약이 지속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번 미 해군의 발언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미국이 단순한 양자 안보협력 차원에서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수중전력과 주변 해역 방어가 핵잠 도입의 중요한 배경이지만, 미국과의 협력을 고려할 경우 역내 해양안보에서 핵잠이 수행할 역할까지 함께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결국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추진 과정에서 핵심은 ‘보유 여부’에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대응이라는 직접적인 안보 목적과 함께 중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의 전략 환경, 한미 해군 간 연합작전, 막대한 운용 비용과 법적 제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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