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이치 야스쿠니 참배가 올해 광복절에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오는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하지 않는 방향으로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교도통신과 지지통신은 12일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 패전일이자 한국의 광복절인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정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한국과의 관계 개선 흐름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한미일 3국 안보협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일본 언론은 특히 한국과 중국의 반발 가능성을 주요 고려 요인으로 꼽았다. 최근 한일관계가 일정한 개선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서 일본 총리가 광복절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경우 외교적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동북아 정세를 고려할 때 한미일 간 공조가 중요해진 것도 일본 정부가 신중한 선택을 한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번 결정은 다카이치 총리의 과거 행보와 비교하면 더욱 주목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총리에 취임하더라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참배가 외교 문제로 다뤄질 사안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을 해왔다. 실제로 과거 봄·가을 예대제와 8월 15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해왔다.
그러나 총리 취임 이후에는 행동에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이후 직접 참배하지 않고 개인 명의로 공물만 봉납하는 방식을 택했다. 역사 인식 문제에 대한 국내 지지층의 입장과 한국·중국을 비롯한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 사이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선택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근현대사의 전쟁에서 희생된 약 246만6천명을 추모하는 시설이지만, 극동 국제군사재판에서 전쟁범죄자로 판결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당시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어 한국과 중국에서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 정부 역시 최종적인 참배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정하지는 않았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다카이치 총리와 자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또는 공물 봉납 여부에 대한 질문에 각각 본인이 적절하게 판단할 사안이라는 취지로 답했다.
따라서 이번 보도만으로 다카이치 총리의 역사 인식 자체가 변화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일관계의 안정과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현실적 외교 목표가 야스쿠니 참배라는 정치적 상징보다 우선 고려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특히 8월 15일은 한국에는 식민 지배에서 벗어난 광복의 날이고 일본에는 전쟁 패전의 날이다. 같은 날짜가 서로 다른 역사적 기억을 품고 있다는 사실은 한일관계가 안보와 경제의 협력만으로 완전히 설명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다카이치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찾지 않는다면, 이는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현재의 협력 공간을 지키려는 외교적 선택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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