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안지구 정착민 폭력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논쟁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주민을 위협하는 불법 정착 활동에 대한 단속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스라엘 측은 동시에 팔레스타인 무장 공격 역시 심각한 문제라며 국제사회의 균형 잡힌 대응을 촉구했다.
대니 다논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브리핑에서 이른바 ‘정착민 폭력 증가’와 이스라엘 정부가 이를 묵인하거나 지지하고 있다는 주장에 강하게 반박했다. 이번 회의는 덴마크·프랑스·그리스·라트비아·영국의 요청으로 열렸다.
다논 대사는 유대와 사마리아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테러 공격도 지속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이를 충분히 규탄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5월 팔레스타인 측의 공격이 348건 발생했으며 돌 투척, 화염병, 방화, 차량 돌진 등 다양한 형태의 공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다논 대사는 유대인 극단주의에 대한 이스라엘의 법 집행도 강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1분기에 관련 수사 354건이 시작됐고 35명이 체포됐으며, 6월 극단주의 사건 역시 3월보다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대인에 의한 폭력 역시 규탄하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입장은 실제 현장에서 이어진 이스라엘군의 조치와도 맞물린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최근 서안지구 쿠스라와 잘루드 인근에서 팔레스타인 가옥과 토지를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방해한 이스라엘 민간인들의 활동을 확인하고 철거에 나섰다.
해당 지역에는 팔레스타인 가족이 거주하는 주택으로 들어가는 진입로에 이스라엘 민간인들이 텐트를 설치해 사실상 접근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IDF는 이를 “불법적이고 비난받아 마땅하며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IDF 고위 지휘관들은 현장을 직접 찾아 팔레스타인 가족의 상황을 확인했고, 관련 민간인들을 철수시키는 한편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보안 인력에 대해서도 징계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군 당국은 현역 또는 예비역 병사가 극단주의자들의 행동에 가담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에도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반발도 이어졌다. 이스라엘 언론 칸에 따르면 수십 명의 유대인 극단주의자들이 현장에 도착해 팔레스타인 가족에 대한 접근을 계속 제한하기 위해 진입로에 돌과 바위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이스라엘인 2명이 사망한 팔레스타인 테러 공격 이후 정착민 활동가들이 이스라엘 법에 따라 허가받지 않은 정착촌을 새롭게 건설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군과 경찰에 의해 철거됐다.
이번 사태는 서안지구를 둘러싼 갈등이 단순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대립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팔레스타인 주민을 대상으로 한 폭력과 위협, 이스라엘인을 겨냥한 테러, 그리고 이에 대한 이스라엘 보안기관의 대응이 서로 얽히면서 갈등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스라엘이 유대인 극단주의에 대한 자국 내 법 집행을 강화하고 팔레스타인 주민의 안전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를 직접 철거하는 것은 국제사회가 제기하는 문제에 대응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반대로 팔레스타인 측의 테러와 폭력 역시 동일한 기준에서 규탄되고 억제되어야 한다.
평화는 어느 한쪽의 폭력을 다른 쪽의 폭력으로 상쇄하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집단의 생명과 안전을 같은 무게로 바라보고, 법과 책임의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데서 출발한다. 서안지구의 긴장이 완화되기 위해서는 정치적 해법뿐 아니라 현장에서 반복되는 작은 폭력의 고리를 끊어내는 법치와 상호 책임의 회복이 함께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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