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면제 무산에도…하레디 “그래도 네타냐후 연정 지지”
[이스라엘 총선 르포] 초정통파 요새 메아 셰아림…"병역보다 중요한 건 종교"

이스라엘 총선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현지시간), 예루살렘 구시가지 북서쪽의 메아 셰아림은 전쟁 중 치러지는 선거 열기로 뜨거운 바깥과 달리 정치와 무관하게 흘러가는 듯 보였다. 1874년 구시가지 성벽 밖에 세워진, 이스라엘에서 가장 오래된 유대인 정착촌 중 하나인 이곳은 초정통파 유대교도 하레디의 굳건한 요새이자 삶의 터전이다.
중심가 네거리에서는 한 하레디 남성이 ‘인터넷과 영화(영상 매체)가 없을 때만 인생은 행복하다’는 팻말을 들고 세속적 미디어 거부를 촉구했다. 인근 건물에는 극단적 하레디 분파가 붙인 것으로 추정되는, 세속적인 이스라엘 국가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벽보가 걸려 있었다. 취재진 주위로 7~8명이 몰려들거나 뒤를 따라다니며 어디론가 동향을 보고하는 등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스라엘 건국 이래 하레디 공동체는 ‘토라(율법) 연구가 곧 유대 국가를 지키는 방패’라는 교리에 따라 병역을 면제받아 왔다. 그러나 대법원의 거듭된 위헌 결정으로 면제 조항이 만료되고, 전쟁 장기화에 따른 병력 부족과 병역 형평성을 문제 삼는 여론의 압박 속에 네타냐후 연정은 결국 하레디 병역 면제 연장법 제정에 실패했다. 하레디들은 거리로 나와 거센 반대 시위를 벌였고, 일부는 징집 통보를 받고 입영하거나 징집을 피해 숨어 지내는 신세가 됐다.
이번 총선 전체 유권자 730만명 가운데 하레디 비중은 10.5%이며, 2022년 선거로 크네세트에 진출한 샤스와 토라유대주의연합(UTJ) 등 하레디 정당의 의석은 18석에 달한다. 병역 면제 연장 실패에 따른 하레디 표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그러나 현지에서 만난 하레디들의 반응은 언론이 묘사하는 날 선 비판이나 위기감과는 온도 차가 있었다. 일부는 불만을 토로했지만 하레디 정당이나 네타냐후 연정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예시바(유대교 전통 교육기관) 학생이자 노점상이라는 아하론(24) 씨는 이번에도 UTJ에 투표하겠다며 “별다른 대안이 없어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지 않으면 안식일 버스 운행과 세속적 시민 결혼이 도입되는 등 “모든 것이 허용될 것”이라며 “유대교 내부에서 종교라는 현실 자체가 사라져 버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종교용품 상점 주인 메이르 할리바(49) 씨는 샤스를 계속 지지하겠다며 “비비는 우리를 증오해서 그런 게 아니고, 이 땅에 살고자 하는 우리의 목적을 방해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친네타냐후·반네타냐후 진영 모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아랍계 정당과 연정을 꾸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전혀 괜찮지 않다. 그것은 우리와 맞지 않는다”며 절대 반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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