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나자(NAZA)’를 둘러싼 이스라엘 정치권의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군 작전과 민간인 피해 의혹을 다룬 이 다큐멘터리가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하자 정치권 일각에서 제작자들을 강하게 비판했고, 문화체육부 장관은 시민권 박탈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스라엘 정치인들과 지도자들은 14일 영화 ‘나자’와 제작자인 라헬 쇼르, 유발 아브라함을 겨냥해 잇따라 비판을 내놓았다. 영화는 이스라엘군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가자지구의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살해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담고 있으며, 24명의 이스라엘군 병사와 장교의 증언을 토대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제목은 히브리어로 ‘부수적 피해’를 의미하는 ‘네제크 아가비(Nezek Agavi)’의 약어에서 유래했다. 영화는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민간인 피해의 구조와 이를 가능하게 한 군사적 의사결정 과정을 추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영화의 핵심 주장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실은 약 500명의 민간인 사망이 예상되는 가자지구 공격을 군이 계획하거나 승인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스라엘군 예비역 정보장교 아미차이 아탈리 역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같은 규모의 민간인 피해를 예상한 공격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정치권으로 확산되면서 미키 조하르 문화체육부 장관은 제작자들의 시민권을 박탈할 수 있는지 관계 당국에 검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작자들이 국가에 대한 충성 의무를 위반했거나 전시 적을 도운 행위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하르 장관은 표현의 자유가 국가를 배신할 수 있는 면허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전쟁 중 이스라엘에 반하는 행동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았다.
야당 정치권에서도 영화 자체에 대한 비판은 적지 않았다. 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인 가디 아이젠코트는 영화가 이스라엘군에 대해 왜곡되고 편파적인 이미지를 제시한다고 비판했고, 청백당 대표 베니 간츠 역시 이스라엘군이 높은 수준의 도덕적·법적 기준을 지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프탈리 베넷 전 총리를 비롯한 다른 정치인들도 영화가 이스라엘군 병사들을 집단학살의 가해자로 묘사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스라엘군을 둘러싼 국제적 비판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영화가 이스라엘의 국가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반면 민주당 소속 일부 정치인들은 영화의 내용에 대한 찬반과 별개로 제작자에 대한 공격과 시민권 박탈 주장은 지나치다는 입장을 밝혔다. 모시 라즈 의원은 제작자들이 중요한 영화를 만들었다며 창작의 권리를 강조했고, 가비 라스키 의원 역시 창작자에 대한 폭력적인 담론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야 핑크 의원은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제작자들을 옹호하면서도 이스라엘군의 작전 승인 절차에 대해서는 별도의 평가를 내놨다. 그는 최근 예비군으로서 복잡한 전장에서의 공격 승인 절차와 비전투원 피해 최소화에 관한 군 교육을 받았다며, 적어도 군의 공식적인 체계에서는 민간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상당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전쟁에서 예외나 실수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영화의 주장 자체에 대한 진위 공방을 넘어 이스라엘 사회가 전쟁 중 정부와 군에 대한 비판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국제 영화제에서 작품이 주목받으면서 국내 정치적 논쟁이 국제사회에서의 이스라엘 이미지 문제와도 연결되는 모습이다.
유발 아브라함은 앞서 팔레스타인 영화 제작자 바젤 아드라와 함께 만든 다큐멘터리 ‘노 아더 랜드(No Other Land)’로 2025년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작품은 요르단강 서안 마사페르 야타 지역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강제 퇴거에 맞서는 과정을 다뤘다.
‘나자’를 둘러싼 논쟁에서 핵심 쟁점은 전쟁 수행에 대한 비판과 국가에 대한 적대 행위를 동일하게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안보와 군의 명예를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전쟁 상황에서도 사실에 대한 검증과 비판, 창작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요구가 맞서면서 이스라엘 내부의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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