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란이 공식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며 수개월간 이어진 긴장 국면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그러나 핵 프로그램과 달리 탄도미사일 문제는 협상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중동 안보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양국 간 협상 결과를 담은 양해각서에 공식 서명했다. 이번 합의는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된 중재 과정을 거쳐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에 따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미국은 해상 봉쇄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과 해상 물류 불안도 일정 부분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번 합의가 곧바로 중동 긴장 해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신중론이 적지 않다.
가장 큰 쟁점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다. 공개된 합의 내용에는 핵 문제와 관련된 협상 틀은 포함됐지만, 이란의 미사일 개발과 역내 무장세력 지원 문제는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에이는 “이란의 방어 능력은 어떤 협상에서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협상 과정에서도 탄도미사일 문제에 대한 양보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란의 탄도미사일 전력은 오랜 기간 이스라엘과 걸프 지역 국가들의 주요 안보 우려 사항으로 꼽혀 왔다. 이스라엘 정부와 안보 관계자들은 이번 합의가 핵 문제에만 초점을 맞춘 채 미사일 위협과 대리세력 활동 문제를 다루지 못했다고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합의 이후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간 중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제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군사 행동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번 양해각서가 최종 평화협정이 아니라 협상의 출발점에 가깝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대이란 협상이 과거 오바마 행정부 시절 체결된 JCPOA(이란 핵합의)보다 강력한 합의라고 주장하며 이란에 대한 압박 기조를 이어갔다.
한편 이란 의회는 이번 합의를 미국의 양보로 평가하며 정치적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합의 이후 호르무즈 해협 운영 방식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향후 해협 통행과 관련한 새로운 정책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양해각서를 일단 긴장 완화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실제 안정 여부는 앞으로 예정된 후속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잠시 봉합됐을지 몰라도 미사일 개발과 지역 패권 경쟁이라는 보다 복잡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브릿지타임즈는 이번 합의가 평화의 완성이 아니라 충돌을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선에 가깝다고 본다. 중동의 갈등은 단순히 핵무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안보 불신과 역사적 적대감, 그리고 지역 패권 경쟁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구조적 문제다. 진정한 안정은 협정문에 서명하는 순간이 아니라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상호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신뢰를 만들어갈 때 가능하다. 이번 합의가 일시적 휴전에 머물지 않고 중동의 지속 가능한 평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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