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유럽 안보에 대한 직접적인 부담을 줄이고 유럽 국가들의 방위 책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보다 강력한 군사동맹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도 한층 분명해지는 모습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의를 계기로 유럽 국가들이 스스로의 안보를 책임질 수 있는 군사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나토가 냉전 종식 이후의 체제를 넘어 새로운 안보 환경에 대응하는 ‘나토 3.0’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 회원국들이 유럽 대륙의 재래식 방어를 주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군사력과 억지력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러한 전략 변화와 함께 자국 방위력 강화에도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이 내년까지 약 1조5천억 달러 규모를 국방 분야에 투입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미국과 동맹국을 보호하는 강력한 군사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동맹국 방위비 부담 확대 정책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최근 유럽 주둔 군사 자산 일부를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유럽 국가들이 그 공백을 스스로 메울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미국 언론의 보도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일간지 <The New York Times>는 미국 정부가 유럽에 배치된 일부 전투기와 정찰기, 공중급유기 등의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과 중동, 유럽 등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안보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군사 자산을 재조정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다만 미국은 나토의 핵심 억지력으로 평가받는 유럽 내 핵무기 배치 정책은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유럽 방위 부담을 늘리더라도 동맹 자체를 약화시키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이 단순한 방위비 증액 요구를 넘어 미국 중심 안보 체제에서 유럽 중심 안보 체제로의 점진적 전환을 예고하는 메시지라고 분석한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 속에서 미국은 동맹국들의 자강 능력을 더욱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브릿지타임즈는 이번 논의가 단순한 군사력 증강 문제를 넘어 동맹의 미래를 묻는 질문이라고 본다. 강한 동맹은 한 국가의 희생 위에 세워지기보다 각국이 책임을 나누고 역량을 공유할 때 지속될 수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유럽의 자강’ 역시 부담 전가가 아니라 공동 책임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나토가 군사적 억지력뿐 아니라 민주주의와 국제협력이라는 공동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가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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