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선 앞둔 브라질, 두 쪽 난 민심…”친구인가 적인가”
보우소나루 지지층엔 '샤이 보수'…룰라 지지층은 "민주주의 후퇴" 우려

대선 결선투표를 이틀 앞둔 23일(현지시간) 브라질 최대 상업 도시 상파울루의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락가락하는 빗줄기만큼이나 유권자들의 표정도 조심스러웠다. 지지 후보를 묻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자리를 피하거나 인터뷰를 정중히 거절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고, 말을 아끼는 이들은 대체로 보수 성향으로 보였다.
리베르타지 거리에서 만난 부동산업자 발바라고 메시(39) 씨는 “우파를 지지한다고 말하기 힘든 분위기”라며 “좌우를 떠나 양극화가 정말 심각하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4년간 룰라의 노동자당(PT)을 지지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며 이번엔 보우소나루를 지지한다고 했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지지 후보를 밝히길 꺼리는 이른바 ‘샤이 보수’가 많았지만 주장에는 날이 서 있었다. 경제난과 치안 불안을 호소하며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의 당선을 단언했다. 식당에서 일하는 후치 올리베라(43) 씨는 “룰라는 거짓말만 하고, 부패했다”고 했고, 복음주의 개신교 신자인 도널드 알골로(64) 씨는 플라비우가 아버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달리 극우가 아닌 ‘우파’여서 더 지지한다며 박빙 판세에 조마조마하다고 털어놨다.
반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현 대통령 지지자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보우소나루가 당선되면 취약 계층이 타격을 입고 민주주의가 퇴행하며, 미국의 간섭이 심해져 희토류 등 지하자원을 빼앗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퇴직 교사 라우치네치 코헤야(74) 씨는 룰라가 ‘보우사 파밀리아’로 소외된 이들을 보살폈다며 “설사 지더라도 계속 싸우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스테파니 비에이라 씨는 “상파울루의 젊은이들은 대부분 룰라를 응원한다”고 했다.
마음이 온전히 기울지 않은 유권자들도 있었다. 아나 카롤리나(42) 씨는 “룰라가 좋아서가 아니라 보우소나루가 더 싫어서”라고 했고, 자켈리니 맨데스(31) 씨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보면 뭐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다. 팩트체크는 하나도 안 되고, 주장과 감정만 난무한다”며 결선에선 어쩔 수 없이 룰라를 찍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지지 후보와 상관없이 인터뷰에 응한 모든 이가 공통으로 우려한 것은 브라질 사회의 깊은 단절이었다. 브라질이 완전히 두 쪽으로 쪼개졌다는 데 이견은 없었다. 정치를 ‘친구와 적’을 가르는 과정으로 본 칼 슈미트의 경고처럼, 정치가 증오로 채워질 때 대화와 합의, 헌법 준수라는 민주주의의 가치는 힘을 잃는다. 이번 브라질 대선은 그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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