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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잔해 제거를 둘러싸고 전쟁범죄 관련 증거의 보존 여부가 새로운 논쟁으로 떠올랐다. 유엔 팔레스타인 인권 특별보고관 프란체스카 알바네세는 이스라엘의 군사 통제 아래 있는 가자지구 일부 지역에서 잔해 제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전쟁범죄 혐의와 관련된 물적 증거가 사라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알바네세 특별보고관은 최근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에 쌓인 잔해가 단순한 건설 폐기물이 아니라 전쟁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와 사망자의 흔적을 담고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규모 잔해 제거에 앞서 현장을 조사하고 증거를 수집하며, 잔해에 묻힌 희생자의 유해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엔 추산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가자지구에는 약 6,100만 톤의 잔해가 발생했으며, 이를 모두 제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잔해 처리는 단순한 복구 작업을 넘어 인도적 지원과 전후 재건, 실종자 및 사망자 확인, 향후 사법 절차와도 연결되는 문제로 평가된다.
알바네세 특별보고관은 잔해 제거가 불가피하더라도 팔레스타인 측이 그 과정을 주도하면서 국제적 기준에 따라 전쟁범죄 관련 증거가 보존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현장에 남아 있는 건물 잔해와 물품 등이 폭격 과정과 피해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로이터통신은 알바네세 특별보고관이 여러 소식통을 통해 이스라엘 기업들이 일부 잔해 제거 작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다만 해당 소식통의 구체적인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이 주장에 대한 근거를 문의했지만 알바네세 측은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고, 이스라엘 정부 역시 관련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스라엘 엔지니어들은 이스라엘군이 통제하고 있는 이른바 ‘옐로우 라인’ 서쪽 일부 지역에서 잔해 제거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이후 가자지구의 대규모 파괴가 지속되면서 잔해 제거는 주민들의 안전과 생활 기반 회복을 위해 필요한 작업이지만, 동시에 현장을 어떻게 조사하고 기록할 것인지를 둘러싼 국제적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알바네세 특별보고관을 둘러싼 논란 역시 이번 발언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그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과 관련해 강한 비판을 지속해 왔으며, 그동안 이스라엘 정부와 일부 서방 국가들로부터 발언과 활동 방식에 대한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2월에는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와 하마스 고위 지도자 칼레드 마샤알 등이 참여한 카타르 도하의 알자지라 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했다. 당시 알바네세가 이스라엘을 인류 공동의 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스라엘 측의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이스라엘 측은 알바네세가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정책적 비판을 넘어 이스라엘 국민과 국가 자체를 겨냥하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프랑스 외무장관 장-노엘 바로 역시 과거 알바네세의 발언을 비판하며 이스라엘 정부의 정책과 이스라엘 국민 및 국가 전체를 구분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알바네세 특별보고관에 대해 이스라엘 및 미국 인사와 단체를 대상으로 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절차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이번 가자 잔해 제거 관련 발언 역시 단순한 현장 조사 요구를 넘어 그동안 이어져 온 이스라엘과 유엔 특별보고관 사이의 갈등 속에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가자지구의 잔해 처리는 앞으로 인도적 복구와 전후 재건을 위해 피하기 어려운 과제다. 동시에 잔해 속에 존재할 수 있는 희생자 유해와 전쟁 당시의 물적 자료를 어떻게 보존하고 조사할 것인지는 향후 책임 규명과도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복구의 속도와 증거 보존이라는 두 가지 요구를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국제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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