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키워드인 ‘정동영 통일구상’을 둘러싸고 정부 내부에서 속도 조절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통일부의 대북정책 추진에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 데 이어, 조현 외교부 장관도 일부 구상에 대해 공개적으로 현실성을 지적하면서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 분야 부처 업무보고에서 통일부를 향해 “평화공존 정책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많이 조심해야 하고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이 서로의 공식 국호를 사용하는 방안을 평화공존의 첫걸음으로 제안한 것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표현 하나가 정치적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 장관은 공식 석상에서 북한을 ‘조선’으로 지칭해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이 대통령은 통일부가 제안한 9·19 군사합의 선제 복원 방안에 대해서도 “우리의 선의대로 하는 것이 과연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다”고 언급하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또한 통일부가 추진하는 ‘동북아평화자료원’ 설립을 둘러싼 정치권의 비판에는 사실과 다른 왜곡에는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도, “업무보고에 발표했다고 해서 정부의 최종 승인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해 통일부의 구상이 정부 전체의 공식 방침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날 조현 외교부 장관 역시 통일부 구상에 대해 공개적으로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조 장관은 업무보고 이후 브리핑에서 통일부의 일부 정책을 “이상주의적”이라고 평가하며 외교 현실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 대화 추진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조율이 이뤄진 단계가 아니라며 “이상적인 말씀으로 이해해 달라”고 언급했다. 같은 정부의 장관이 다른 부처의 정책 방향을 공개적으로 평가한 것은 이례적인 장면으로 받아들여졌다.
통일부는 이날 외교부의 발언과 관련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대통령의 당부를 바탕으로 평화공존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업무보고는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유지하면서도 안보 환경과 국내 정치 상황을 함께 고려하는 보다 신중한 접근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대북정책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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