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전쟁이 일주일을 넘긴 가운데 이란이 주변 국가와 서방을 향해 상반된 메시지를 내놓으며 외교적 균형을 시도하고 있다. 걸프 지역 국가들에는 사과와 긴장 완화 신호를 보내는 한편, 군사 지원에 나선 유럽에는 강경한 경고를 던졌다.
연합뉴스와 AFP·AP 통신 등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국영TV 연설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걸프국가들에 사과했다. 그는 “이란에 공격받은 이웃 국가들에 개인적으로 사과한다”며 “우리는 중동 지역 국가들에 적대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또 “임시 지도자위원회가 이웃 국가들이 이란을 공격하지 않는 한 이들 국가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안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란 대통령은 군 통수권을 직접 행사하지 않기 때문에 사과 발언에 ‘개인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러한 발언과 별개로 걸프 지역을 겨냥한 공격은 이어졌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연설 직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국제공항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았고, 카타르는 자국으로 향한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이란군도 공격 기준을 명확히 하려는 메시지를 내놨다. 이란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공간과 시설을 제공하지 않은 국가는 공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이란 공격에 사용된 기지들은 어디든 합법적 목표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바레인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지역에 있는 미군 시설을 주요 표적으로 삼아 공격을 이어왔다. 그러나 민간 피해와 에너지 시설 피해가 확대되면서 걸프 국가들 사이에서는 군사 대응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란은 유럽을 향해서는 훨씬 강경한 메시지를 보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이 자국 교민 보호와 군사기지 방어를 이유로 미군에 군사 지원을 확대하자 이란이 이를 직접 경고한 것이다.
마지드 타크트-라반치 이란 외무차관은 프랑스24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국가든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가담하면 정당한 보복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유럽 국가들이 분쟁에 깊이 개입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한편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미국의 협상 조건에도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구한 ‘무조건 항복’에 대해 “적들은 이란 국민의 항복을 바라는 그들의 소망을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이를 일축했다.
전쟁의 흐름 속에서 이란의 외교 메시지는 분명한 방향을 드러내고 있다. 가까운 이웃과의 충돌은 최소화하려 하고, 전쟁을 확장시키는 외부 세력에는 강한 경고를 보내는 방식이다. 전선 위의 미사일만큼이나, 외교의 언어도 지금 중동의 균형을 조심스럽게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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