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공세에 맞서 보복 공격을 이어가는 이란이 전선을 확대하며 장기전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란의 최우선 목표는 군사적 승리가 아니라 정권의 생존이며, 이를 위해 전쟁 비용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란이 미국의 전쟁 비용을 높이는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서 말하는 비용은 미군 사상자 증가, 에너지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확대 등 정치·경제적 부담을 포함한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이러한 압박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승리 선언’을 한 뒤 군사 개입을 축소하거나 철수하도록 유도하려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이란은 전장을 자국 영토 밖으로 넓히며 전쟁을 복잡하게 만드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는 인근 국가의 석유와 가스 인프라를 공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항공 교통을 교란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이는 페르시아만 경제를 흔들어 글로벌 에너지 가격을 끌어올리고 세계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전략은 이른바 ‘비대칭적 인내 전략’으로 불린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군사력에 정면 대응하기보다 초기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상대의 정치적 의지를 약화시키는 방식이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담당 선임 분석가 알리 바에즈는 “이란은 자국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나 주변국과의 관계 악화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가능한 한 넓게 확산하려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전쟁에 대한 반발을 키워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서도록 압박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에게는 피로 얻은 승리라 해도 생존 자체가 승리”라고 덧붙였다.
발리 나스르 미국 존스홉킨스대 중동학 교수도 “이번 전쟁은 의지와 체력의 경쟁이 됐다”며 “질적으로 우월한 군사력을 가진 상대를 맞서기 위해 이란은 전장을 확대하고 세계 경제에 대한 위험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란은 최근 보복 공격의 범위를 확대하며 카타르,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지역 국가들까지 공격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중동의 미군 기지는 물론 에너지 시설과 민간 인프라에도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하며 사실상 봉쇄 가능성을 시사했다.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이 막힐 경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
다만 이 전략에는 상당한 위험도 존재한다. 미국 지도부는 전쟁 지속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에 대한 추가 공격과 지상군 투입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았으며,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미군으로부터의 가장 강력한 공격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변수는 이란 내부 상황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체제 약화를 위해 쿠르드족 무장세력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내 소수민족 봉기가 현실화될 경우 내부 분열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걸프 국가들이 이란 공격을 받으면서 그동안 미국의 군사 행동에 신중했던 유럽 국가들 역시 중동 내 자국 이익을 지키기 위해 개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하산 알하산 선임연구원은 “이란의 공격을 받는 걸프 국가들이 미군의 작전을 위해 자국 영공과 영토 사용을 허용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은 이미 군사 충돌을 넘어 에너지, 경제, 외교가 얽힌 복합적 충돌로 확장되고 있다. 장기전으로 흐를 경우 중동뿐 아니라 세계 질서 전체에 깊은 파장을 남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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