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이란이 결국 협상 테이블을 떠나, 서로의 시간을 소모시키는 긴 겨울로 들어섰다. 총성과 휴전 사이, 이름 붙이기 어려운 회색 지대가 세계를 붙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권력 핵심은 같은 말을 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시간은 내 편이다.” 그러나 그 시간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지난 주말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예정됐던 2차 종전 협상은 끝내 열리지 못했다. 양측은 협상 자체보다 협상에 들어가기 위한 조건을 두고 힘을 겨루다, 결국 문턱에서 멈춰섰다. 전쟁이 끝나지 않은 이유가 총탄이 아니라 조건이 된 셈이다.
지금의 충돌은 군사보다 경제에 가깝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세계의 혈관을 조이고, 미국은 이란 해상 봉쇄로 그 심장을 압박한다. 서로의 숨을 천천히 줄이는 방식이다.
외신들은 이를 “전쟁도 평화도 아닌 교착 상태”로 규정한다.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전면전이고, 한 걸음만 물러서면 협상이지만, 양측 모두 그 한 걸음을 미루고 있다.
이란 내부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등 강경 세력이 결정을 주도하며 양보 없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핵 프로그램과 해협 통제권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존재의 문제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반면 미국은 경제적 파장을 감당해야 하는 정치적 시간표에 묶여 있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며 요동치고, 물가 상승은 민심을 흔든다. 여기에 의회 승인 없이 시작된 전쟁의 ‘60일 시한’도 다가오고 있다.
결국 양측은 서로를 향해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누가 먼저 지치는가.”
이란은 오랜 제재 속에서 축적된 생존 경험을 믿고 있다. 수 주간 버틸 수 있는 원유 저장 여력도 확보한 상태다. 반면 미국은 세계 경제와 정치 여론이라는 더 넓은 압력을 동시에 받는다.
그러나 이 균형 역시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이란 역시 원유 수출이 막히고 물자 수입이 흔들리면 내부 불안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실제로 이란 경제는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과 사회적 긴장 위에 서 있다.
이 대치는 단순한 힘겨루기가 아니라, 서로의 ‘한계’를 시험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 한계를 먼저 인정하는 쪽이 평화에 더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다.
전쟁은 종종 총으로 끝나지 않는다. 때로는 고통의 길이를 재는 싸움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고통의 길이를 겨루는 싸움은 결국 모두를 닳게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가 아니라, 누가 먼저 멈출 용기를 내느냐다. 멈춤은 패배가 아니라 방향의 전환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전환의 순간이,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강한 평화의 시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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