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이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를 위해 동맹국과 주요 에너지 수입국의 군함 파견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쟁의 무게를 분산시키려는 새로운 해상 연합 구상이 드러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미국과 함께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군함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을 직접 거명하며 이들 국가가 군함을 보내 항로 안정에 참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공급받는 국가들이 그 항로를 관리해야 한다”며 “미국은 군사적·경제적 모든 면에서 이를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 작전을 지속하는 동안, 해협을 지나는 상선 호위 임무는 주요 석유 수입국들이 맡는 방식의 국제 협력 구조를 제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공습과 해상 전투를 담당하고,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은 선박 보호와 해상 질서 유지 역할을 맡는 구조다.
세계 해상 에너지 흐름의 핵심인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전략적 수로다. 특히 한국과 일본, 중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 이 해협의 안전이 직접적인 에너지 안보 문제로 연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도 “이것은 팀의 노력이어야 한다”며 국제 연합 형태의 해상 작전을 강조했다. 다만 이번 발언은 아직 공식적인 파병 요청이라기보다 정치적 요구 수준으로 해석된다.
각국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미 유럽과 비유럽 국가가 함께 참여하는 호위 임무 구성을 언급하며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영국 국방부도 동맹국들과 다양한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즉각적인 군사 참여에 대해 말을 아끼며 긴장 완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모든 당사국이 적대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요구는 미국이 위험성이 큰 호르무즈 해협 상선 호위 임무를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에게 분담시키려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해협 인근 해역은 드론, 기뢰, 단거리 미사일 공격 가능성이 상존하는 고위험 지역으로 평가된다.
한국 정부 역시 에너지 수송로 보호와 한미동맹, 그리고 중동 분쟁 개입에 따른 군사적 위험 사이에서 쉽지 않은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바다는 언제나 길이었다. 그러나 전쟁의 시대에는 그 길이 곧 전선이 된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의 항로는 지금, 세계 경제와 군사 전략이 교차하는 가장 좁고도 긴 수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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