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최악 산불에 Z세대 분노…항의 시위 전국 확산
"국가재난 비상사태 선포하라"…정부는 재정 부담에 선언 거부

11년 만에 최악의 산불 사태를 겪는 인도네시아에서 Z세대(1997∼2012년생)를 중심으로 정부 대응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보르네오섬 중부칼리만탄주 주도 팔랑카라야의 주지사 집무실 밖에서 500여명이 산불과 연기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Z세대 대학생 등이 주축인 시위대는 두꺼운 마스크를 쓰고 황토색 연무로 뒤덮인 거리에 모여 ‘연무 비상사태’, ‘우리가 불타면 너희도 함께 불타는 것’ 등의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정부에 국가재난 비상사태 선포와 산불 원인으로 지목되는 개간 목적 방화 같은 농업 관행 근절 등 구체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남칼리만탄주 반자르마신·사마린다, 서칼리만탄주 폰티아낙 등 전국 곳곳에서도 수백 명 규모의 시위가 열렸다. 서자바주 반둥에서 시위에 참여한 파자자란대 학생 빈센트 토머스는 AP에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매우 분노하고 있다.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반드시 그 책임을 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20일에는 자카르타에서 국립 인도네시아대(UI) 총학생회 주최로 대학생 수백 명이 이번 산불을 “자연재해가 아닌 정치적 재해”로 규정하며 시위를 벌였다.
올해 엘니뇨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보르네오섬과 수마트라섬을 중심으로 번지는 산불은 2015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인도네시아 보건부에 따르면 8월 중순 이후 연무 피해를 입은 7개 주에서 급성 호흡기질환 환자가 33만3천470명을 넘었다.
중동 전쟁 여파로 루피아화 가치가 급락하고 MSCI의 인도네시아 증시 강등 경고로 증시마저 폭락하는 등 경제 위기 조짐까지 겹치면서, 이번 주 들어 시위는 전국 6곳 이상의 도시로 번졌다. 인도네시아 Z세대는 작년에도 국회의원 주택 수당 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이는 동남아·남아시아의 Z세대 반정부 시위 물결로 이어진 바 있다.
프라보워 행정부는 산불 진화 인력을 지난달 중순 약 4만4천명에서 현재 6만9천여명으로 늘리고 항공기 약 50대를 투입해 공중 살수와 인공강우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 재정 부담 등을 의식해 대응 역량이 충분하다며 국가재난 비상사태 선언은 거부하고 있어 반발 여론이 더 커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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