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동 빌딩 연쇄 방화 70대 “특허법인이 사기”…반복되는 원한 범죄
1명 심정지·18명 부상…전문가 “고립된 이들의 고충 들어줄 창구 필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딩 두 곳에 불을 질러 1명을 심정지 상태에 빠뜨리고 18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체포된 70대 남성 A씨가 특허법인에 대한 불만을 범행 이유로 내세우면서, 개인적 원한에 따른 방화 범죄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A씨는 해외 상표 등록 과정에서 특허법인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당일인 20일 검거돼 경찰서로 압송되던 A씨는 범행 동기를 묻는 취재진에게 “특허 법무법인에서 사기 쳐서”라고 소리쳤고, 피해자들에게 할 말을 묻자 “앞으로 사기 치지 말라고 해달라”며 분노를 드러냈다. A씨는 2022년에도 같은 특허법인 두 곳을 찾아가 직원들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를 켜겠다고 협박하다 방화예비로 구속된 전력이 있다.
개인적 불만이나 원한이 방화로 이어져 다수의 사상자를 낸 사건은 반복돼 왔다. 경찰청이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23일 경북 경산에서는 70대가 평소 갈등을 겪던 관리사무소에 불을 질러 피의자를 포함해 5명이 숨졌다. 지난해 7월 서울 중구에서는 인쇄소를 동업하던 60대가 동업자와 다툰 뒤 불을 질러 피해자가 숨졌고, 같은 해 5월에는 이혼소송에서 패소한 데 앙심을 품은 60대가 운행 중인 지하철에 불을 질렀다. 2024년 9월 충북 청주의 한 여관에서는 주인이 짐을 빼라고 하자 화가 난 50대가 불을 질러 3명이 숨졌다.
방화는 아니지만 이달 13일 인천 대형 상업시설에서 흉기로 10명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구속된 최충락(59)도 병원 치료 부작용을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하다 불만을 품고 일면식도 없는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억울함을 사법절차가 아닌 사적으로 해소하려 한 사건으로는 2007년 이른바 ‘석궁 사건’이 대표적이다.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는 교수지위 확인소송에서 패소하자 항소심 재판장이던 부장판사의 집을 찾아가 석궁을 쏴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고, 대법원은 2008년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피해가 발생해 많은 사람이 봐야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박탈감을 심화해 범죄를 통해서라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는 심리를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상식과 규범, 법 등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안전장치가 무너지고 있다는 징후로 볼 수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문제 해결의 출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듣고 도움을 줄 창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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