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의 정상 외교를 앞둔 가운데 중국 외교 수장이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하며 관계 관리에 나섰다. 대신 중국이 강조해 온 ‘세계 다극화 질서’ 구상은 더욱 분명하게 제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8일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 열린 외교부장 기자회견에서 미중 관계에 대해 “양국이 교류하지 않으면 오해와 오판을 초래하고 결국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왕 주임은 이어 “중국과 미국은 서로를 바꿀 수는 없지만 공존하는 방식은 바꿀 수 있다”며 양국 관계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이 예정된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미중 정상 외교를 앞두고 긴장 완화를 위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왕 주임은 “올해는 중미 관계에서 중요한 해”라며 “양국이 고위급 교류를 준비하고 적절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동 정세와 무역 갈등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질문에서도 미국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표현은 피했다. 왕 주임은 이란 전쟁과 관련해 주권 존중과 무력 사용 자제, 외교적 해결 등을 강조했지만 미국을 특정해 언급하지는 않았다.
무역 문제에서도 미국을 직접 지칭하지 않았다. 그는 일부 국가들이 관세 장벽과 공급망 분리를 확대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스스로 피해를 입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특정 국가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최근 양회 기간 동안 이어지고 있는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리창 중국 총리 역시 정부 업무보고에서 지난해보다 미국을 겨냥한 직접적인 비판 표현을 줄이며 수위를 조절한 바 있다.
다만 미국 비판을 자제하는 대신 국제 질서에 대한 중국의 비전은 더욱 강조됐다. 왕 주임은 “중국과 미국이 세계를 공동 통치해야 한다는 논리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에는 190여 개 국가가 존재한다”며 “다원적 공존이 인류 사회의 본래 모습이며 다극적 질서야말로 국제 관계의 자연스러운 구조”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최근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를 외교 전략의 핵심 개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는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에서 벗어나 여러 강대국이 공존하는 국제 질서를 지향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왕 주임은 또 중국이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에서도 안정적인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전통적인 강대국처럼 세력권을 설정하거나 진영 대결을 조장하지 않았다며 아시아 지역 안정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미중 정상 외교를 앞둔 상황에서 중국이 비판의 강도는 낮추면서도 세계 질서에 대한 전략적 메시지는 분명히 한 셈이다. 대화의 문은 열어두되, 국제 질서의 방향을 둘러싼 경쟁은 계속된다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저작권자(c) 브릿지타임즈.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