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시작한 군사작전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전쟁의 목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의 메시지가 시시각각 달라지면서 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연합뉴스와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종합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이란과의 협상 조건으로 사실상의 ‘무조건 항복’을 요구했다. 이는 개전 초기 미국이 제시했던 목표와 비교해 한층 강경해진 입장으로 평가된다.
전쟁 첫날 트럼프 행정부는 작전의 목적을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군사적 위협을 제거해 미국과 동맹국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은 이란 정권을 직접 교체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선을 그었고, 대신 이란 국민이 내부적으로 정치 변화를 선택할 수 있다고 언급하는 정도에 그쳤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미국의 목표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파괴하고 미사일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이란에서 ‘국가 건설’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쟁이 진행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점차 확대됐다. 그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가 후계자가 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란의 차기 지도부 문제에까지 관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어 협상 조건으로 ‘무조건 항복’을 언급하면서, 차기 지도자가 종교 지도자이든 다른 형태의 정치 지도자이든 상관없다는 발언도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전쟁의 목표가 군사적 억제에서 정권 구조 문제까지 확장된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개전 이후 일주일 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전쟁 목표가 수차례 바뀌었다며 사실상 “하나의 목표가 아니라 여러 개의 목표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목표의 변화가 잦아 참모진조차 정책 방향을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무조건 항복’ 요구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많다. 현재 이란은 공개적으로 항복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응해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와 동맹국을 겨냥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 내부에서도 강경 대응 기류가 강하다. 혁명수비대(IRGC)가 여전히 권력의 핵심을 장악하고 있고, 차기 지도자로 거론되는 인물들 역시 강경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등에 적용된 ‘무조건 항복’ 모델이 이란에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란은 종파와 민족 구성이 복잡하고 권력 구조도 다층적이기 때문에 동일한 방식의 정치 재편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백악관은 발언의 의미를 다소 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무조건 항복’의 의미에 대해 이란이 더 이상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 상태가 되면 결과적으로 항복 상태와 같은 상황이 될 것이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는 항복 여부가 공식 선언의 문제라기보다 미국이 판단하는 군사적 목표 달성 여부에 달려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동의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목표가 분명한 전쟁은 끝을 향해 나아가지만, 목표가 흔들리는 전쟁은 길어지기 쉽다. 워싱턴의 말 한마디가 전장의 시간표를 다시 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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