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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대립 문화와 타자 중심의 화해학: 관계기반안전을 설계하다

브릿지타임즈
『도둑놈들』저자|브릿지타임즈 편집자 성명규

1) 정책은 바뀌는데, 문화는 왜 늦는가

분명 교정정책의 표정은 달라지고 있다. “치료·재활·사회복귀”라는 단어들이 공문과 계획서에 더 자주 등장하고, 현장에서는 중독·정신건강·폭력 위험을 다루는 전문 처우가 강화되는 흐름도 보인다. 그러나 교도소의 일상 문화는 그 속도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듯하다. 이 문화는 국민 다수의 법 감정과 사회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정책과 제도보다 먼저 작동해 왔고, 무엇보다 ‘문화의 언어’로 대표되는 대립의 문법이 더 오랜 시간 이곳을 채워왔기 때문이다.

현장에는 여전히 ‘도둑놈들’ 같은 은어가 남아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단순한 비하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현장을 모르는 소리”라고 말한다. 나는 두 말이 동시에 맞다고 생각한다. 그 말은 분명 누군가를 인간에서 밀어내는 폭력의 언어지만, 동시에 매일 위험과 책임을 짊어진 사람들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낸 거리두기의 기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기술이 일시적 방어로 머물지 않고, 조직의 상시 언어로 굳어질 때다. 그때 조직은 더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전의 기반이 얇아진다. 관계가 끊어진 자리에 남는 것은 통제의 양이 아니라 긴장의 밀도이기 때문이다.

2) 철문 너머의 안전 – 관계기반안전(Dynamic Security)과 ‘권위의 딜레마’

교도소의 안전은 철문과 감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당장 눈에 보이는 질서는 통제로 세울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안전—사건을 줄이고, 긴장을 낮추고, 폭발을 미리 감지하는 안전—은 결국 “사람 사이의 정보”에서 나온다. 누가 오늘 흔들리는지, 어떤 기류가 도는지, 어디에서 불씨가 생기는지. 그 신호는 CCTV보다 관계 속에서 먼저 감지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UNODC(유엔마약범죄사무소), 유럽 교정 기준, 캐나다 교정 연구 등 최근 교정 담론에서 강조되는 흐름 중 하나가 관계기반안전(Dynamic Security)이다. 핵심은 단순하다. 관계는 위험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설계되면 위험을 더 일찍 발견하고 더 작게 만들며 더 빨리 예방하게 만든다.

그런데 여기서 권위에 대한 우리의 오래된 불안과 딜레마가 고개를 든다. “관계를 강조하면 권위가 무너지지 않나?” “가까워지면 이용당하지 않나?” 이 질문은 너무 현실적이라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관계기반안전에서 말하는 관계는 단지 ‘친해지자’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정서적 유대의 과잉이 아니라, 유대를 품되 흔들리지 않는 절차의 품질에 가깝다. 말하자면 “상대가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보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느냐”가 더 본질에 가깝다. 관계가 무너지는 지점은 가까워짐 자체가 아니라, 기준과 절차가 흐려지는 지점이다.

3) 화해를 ‘운영의 기술’로 번역하기: 절차적 공정성과 타자 윤리

교정에서 “화해”를 말할 때, 많은 사람들은 곧장 “용서”를 떠올리고, 그 순간 현장은 반발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교도관의 일상적 업무에 요구되는 것은 감상적 포용이 아니라 사고 없는 하루를 만드는 능력이다. 그래서 화해는 감정의 명령이 아니라 ‘운영의 기술’로 번역되어야 한다. 규칙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결정의 이유를 설명하며, 모욕 없이 대우하고, 최소한의 발언 기회를 보장하는 것. 이 네 가지는 ‘착해지기’가 아니라 ‘제대로 하기’에 가깝다. 그리고 이 ‘제대로 하기’가 쌓이면 조직의 정당성이 올라가고 협조가 늘며 불필요한 충돌이 줄어든다는 경험적 논의는 이미 범죄학·사회심리학에서 탄탄하게 축적되어 왔다(Tom R. Tyler의 정당성·절차적 공정성 논의가 대표적이다). 요컨대 공정성을 개인의 성품으로만 해석하지 말고, 안전을 지탱하는 인프라로 해석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단계 더 물어야 한다. 관계기반안전과 절차적 공정성이 “기술”이라면, 그 기술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기준”은 무엇인가. 현장은 늘 실용을 묻는다. 무엇이 사고를 줄이는가, 무엇이 긴장을 낮추는가. 그러나 조직이 오래 버티려면 실용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실용을 정당화하고, 흔들릴 때마다 다시 붙잡아 줄 윤리적 토대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토대는 거창한 도덕 명령이 아니라, 일상 언어를 바꾸는 가장 현실적인 질문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이 사람을 지금 ‘사람’으로 대하고 있는가, 아니면 ‘대상’으로 처리하고 있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타자 중심의 윤리’는 갑작스러운 철학이 아니라, 현장을 설명하는 가장 실제적인 렌즈가 된다. 레비나스는 타자를 내가 규정하고 소유 가능한 대상으로 만들려는 순간, 폭력의 문이 열린다고 말한다. 교정의 은어는 그 ‘대상화’의 언어에 가깝다. 사람을 ‘사람’이 아니라 ‘사건’이나 ‘부류’로 부르는 순간, 우리는 관계를 끊어 안전을 얻는 것처럼 느낀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그 끊김이 긴장을 축적시키고, 축적된 긴장은 결국 안전을 위협한다. 은어는 일시적 방어 기제일 수 있지만, 방어 기제가 조직의 일상 언어가 되는 순간 안전은 더 단단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쉽게 깨진다.

다만 현장에서 대립 문화가 지속되는 이유를 수용자를 대상화하는 교도관의 태도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교도관 역시 오래도록 타자화되어 왔기 때문이다. 사건이 나면 책임은 현장이 떠안고, 사회의 시선은 교정의 노동을 충분히 존중하지 않으며, 때때로 수용자 인권의 요구가 “직원의 소진”을 말할 자리까지 밀어내는 방식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그러니 “수용자를 사람으로 보라”는 요구는 자칫 “너희의 고통은 참아라”로 들릴 위험이 있다. 그렇기에 교정시설에서 화해학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화해는 수용자만을 위한 윤리가 아니라 직원 존엄의 회복을 포함하는 윤리여야 한다. 한나 아렌트가 경고했듯 비인간화의 위험은 늘 양방향이다. 한쪽을 물건처럼 취급하는 순간, 결국 그 관계 전체의 인간성은 함께 사라진다.

4) 결론: 작은 제도가 언어를 바꾸고, 안전을 정교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화해의 시작을 ‘거대한 선언’이 아니라 ‘작은 제도’에서 찾고 싶다. 첫째, 근무 후 10분이라도 디브리핑의 절차를 정착시키는 것. 사건 정리와 감정 정리를 분리해 말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구조를 갖추는 일이다. 이것은 수용자 처우의 미화가 아니라, 사실상 직원 보호 장치이며 동시에 감정의 양성화를 통해 조직의 언어를 정화하는 장치다. 둘째, 갈등이 생겼을 때 훈계와 처벌만이 아니라, 절차적으로 대화 프로토콜을 반드시 병행하는 것. 회복적 서클이든 조정이든 구조화된 상담이든, “분노가 언어를 지배하지 못하게 하는 절차”를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일이다. 셋째, 안전 지표(사고·폭력·규율위반)만큼이나 공정성 지표(설명 여부, 일관성, 모욕적 언어의 감소, 민원의 결)를 함께 관리하는 것. 조직이 무엇을 측정하느냐가 조직의 문화를 만든다.

이런 ‘작은 제도’들이 누적될 때 교도소는 비로소 회복 정책을 문화로 번역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 은어는 자연스럽게 설 자리를 잃는다. 대상화된 부류를 동일성을 지닌 한 인간으로 부르는 공식 언어가 더 강해지고, 절차는 더 공정해지며, 관계는 더 안정적으로 관리될 것이다. 그렇게 될수록 은어는 금지되어서가 아니라, 굳이 필요하지 않아서 사라질 것이다.

나는 더 이상 교정 현장에서의 화해를 “감정의 미덕”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 교정적 화해는 교정의 목적—안전과 질서, 재사회화—을 더 정교하게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 설계다. 존 브레이스웨이트(John Braithwaite)가 회복적 정의에서 강조했듯, 핵심은 책임을 흐리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더 정확하게 하는 ‘책임의 재설계’다. 사람을 폐기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위험을 낮추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화해는 약해지는 길이 아니라 더 안전해지는 길일 수 있다.

교도소는 사회 갈등의 압축판이다. 그렇기에 그곳에서 ‘도둑놈들’이라는 말이 줄어드는 날은 권위가 무너진 날이 아니라, 안전이 더 정교해진 날일 가능성이 크다. 화해는 멀리 있는 이상이 아니다. 오늘 한 문장을 더 설명하는 방식, 오늘 한 번 더 존중을 유지하는 방식, 오늘 한 번 더 절차를 지키는 방식. 그 작은 차이가 교정의 내일을 바꾼다. 정책이 조직의 뼈대를 만들었다면, 이제 우리의 과제는 인간에 대한 존중을 체계화한 세심한 절차적 문화를 만드는 일일 것이다.

『도둑놈들』저자|브릿지타임즈 편집자 성명규

교도소 대립 문화
교도소 대립 문화

* 본 칼럼은 브릿지타임즈 편집자가 교정정책·교정문화 관련 공개 자료와 선행 논의를 검토한 뒤 작성한 원고를 기반으로 하며, 초안 정리·문장 다듬기·논지 구조화 과정에 ChatGPT를 보조 도구로 활용했습니다. 최종 원고의 내용과 책임은 브릿지타임즈 편집자에게 있습니다.

(끝)

<저작권자(c) 브릿지타임즈.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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