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경제, 교정의 미래를 여는 키워드

‘교도관이 먼저 용서해야 한다.’

이 말은 단순한 감정적 권유가 아니다. 교정의 본질이 처벌에서 회복으로 전환되려면, 감시자가 먼저 인간을 다시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죄를 법으로 다스리는 것을 넘어, 관계로 회복하는 교육적 실천이 절실하다. 여기서 우리는 철학자 폴 리쾨르(Paul Ricœur)의 사유로부터 중요한 실마리를 얻는다.

리쾨르는 “용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이라 말한다. 이는 가벼운 망각이 아니라, 깊은 기억을 품고도 자유롭게 되는 윤리적 결단이다. 교도관이 범죄자를 다시 ‘한 사람’으로 마주하는 순간, 교정은 제도적 처벌을 넘어 인격적 회복을 지향하게 된다. 이러한 용서는 단지 한 사람의 변화가 아닌, 제도 전체의 철학적 재구성을 요구한다.

이 지점에서 ‘선물경제(Gift Economy)’의 사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선물경제는 대가를 기대하지 않는 나눔, 즉 무조건적인 증여를 통해 공동체의 유대를 회복하는 구조다. 고대의 의례에서부터 현대의 오픈소스 문화에 이르기까지, 선물은 언제나 인간 관계를 새롭게 엮는 상징이었다.

교정 현장에서도 그 적용 가능성은 실질적이다. 수용자가 쓴 한 줄의 시, 감사의 편지, 손으로 만든 작은 물건 하나. 그것은 교도관에게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관계를 여는 언어가 된다. 반대로, 교도관이 수용자의 이름을 기억하고 존중하는 말 한마디는 존재를 다시 호명하는 선물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나눔이 지속되면, 교정시설은 단지 죄를 다스리는 곳이 아니라 인간 존엄의 회복을 시도하는 교육 공간이 될 수 있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에게 선물입니다.’
이 고백이 교도소 안팎에서 울려 퍼질 수 있다면, 교정의 정의는 처벌의 완성이 아니라 신뢰와 화해의 시작이 될 것이다. 우리가 진정 기대해야 할 교정의 미래는 바로 그곳에 있다.

성명규 l 브릿지타임즈 발행인 / 한국교정교육프로그램(PEPKO)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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