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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모스크바=연합뉴스) 김동현 최인영 특파원 = 세계 최다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과 러시아 간 유일한 핵 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이 연장되지 못하고 5일(현지시간) 결국 종료됐다.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 핵무기 수를 제한해온 마지막 남은 조약이 사라지면서 핵무기 보유국 간 군비 경쟁이 과열되고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조약 만료 시점인 미 동부시간 4일 자정(한국시간 5일 오후 2시)까지 러시아가 제안한 뉴스타트 1년 연장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5일 브리핑에서 “오늘이 지나면 효력이 중단될 것”이라며 뉴스타트가 5일에서 6일로 넘어가는 0시에 만료된다고 명확히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 조약을 1년간 자체 연장할 것을 제안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답을 주지 않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양대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와 미국이 핵무기 수를 제한하기로 한 마지막 협정인 뉴스타트가 만료되는 상황을 “부정적으로 본다”며 “우리는 이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렸다”면서도 “어떤 경우든 러시아는 핵무기 분야에서 전략적 안정 문제에 대해 책임 있고 신중한 접근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통제에 대한 향후 방향을 정하고 정해진 일정에 따라 이를 명확히 밝힐 것이라고 이날 블룸버그 통신에 말했다.
뉴스타트는 1969년 미국과 당시 소련이 시작한 핵군축 협상의 첫 결과물인 1972년 전략무기제한협정1(SALT1)이 타결된 이후 명맥을 이어온 마지막 핵군축 조약이다.
양국은 그동안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제한협정'(1972년), 전략무기제한협정2(SALT2·1979년), 중거리핵전력조약(INF·1987년), 전략무기감축조약(스타트1·1991년), 전략공격무기감축조약(SORT·2002년)을 거쳐서 뉴스타트까지 체결해 2011년 2월 5일 이를 발효했다.
뉴스타트는 원래 기간이 10년이었으나 양국이 5년 연장해 2026년 2월 4일까지만 효력이 발생하게 돼 있었다.
국제사회는 지구 전체를 파멸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핵무기를 지닌 두 강대국의 약속이 모두 사라진 데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뉴스타트 조약 만료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있어 중대한 순간”이라고 규정한 뒤 “반세기 넘게 지나 처음으로 우리는 러시아와 미국의 전략 핵무기에 대한 어떠한 구속력 있는 제한도 없는 세계에 직면하게 됐다”며 후속 조치 합의를 촉구했다.
뉴스타트는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양국 간 불신이 커지면서 수년간 불안정한 상태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3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책임이 서방에 있다고 주장하며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고, 이에 당시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정보 공유와 핵시설 사찰 허용 등을 중단하며 맞대응했다.
다만 러시아는 참여 중단을 선언한 이후에도 조약의 핵심인 핵무기 숫자 제한은 지키겠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은 러시아가 핵탄두 숫자에 대한 검증을 허용하지 않아 준수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면서도 작년 1월 의회에 제출한 연례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조약 위반이 현재로서는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을 위협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작년 9월 조약 만료 이후에도 1년간 핵무기 숫자 제한을 준수하겠다며 미국에도 상응 조치를 제안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뉴스타트 만료 이후 아예 새로운 핵 군축 합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8일 공개된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뉴스타트와 관련해 “만료되면 만료되는 것이고 더 나은 합의를 할 것”이라며 “선수 두엇이 더 관여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 등 다른 핵보유국까지 아우르는 핵 군축 합의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정부는 미국과 러시아가 핵군축 조약에 묶인 사이에 중국이 핵무기 역량을 양적, 질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경계해왔다.
중국의 핵무기 수는 아직 미국과 러시아에 비해 많이 작지만,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은 2024년에 핵탄두 약 600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1천기가 넘을 것으로 미국 국방부는 작년 12월 공개한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추산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자국을 포함한 핵 군축 협상 가능성에 대해 분명한 거부 의사를 못박았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핵전력은 미러와는 전혀 같은 차원에 있지 않다”며 “현 단계에서는 핵 군축 협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핵 군축 대화를 확대하면 미국의 동맹인 영국과 프랑스도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4일 성명에서 안보 위협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협력을 위한 적절한 조건이 조성될 경우 평등하고 호혜적인 대화에 기반해 전략적 상황을 포괄적으로 안정화하는 정치·외교적 방법을 모색하는 데도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중국 등을 포함한 더 폭넓은 핵 군축을 제안할 경우 대화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양국 모두 상대국의 핵전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 새로운 무기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 뉴스타트처럼 상호확증파괴에 기반을 둔 핵 군축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상호확증파괴는 내가 상대방을 핵무기로 공격하면 상대방도 핵무기로 반격해 공멸하기 때문에 서로 핵 공격을 자제할 것이라는 개념이다.
상호확증파괴를 통한 핵 억제력이 유지되려면 양국 핵전력 간에 균형이 유지돼야 하지만 미국이 구축하려는 골든돔(차세대 공중 미사일 방어체계)이나 러시아가 개발하는 핵추진 순항미사일 같은 신무기는 이런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해 핵무기를 확충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각각 실전 배치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를 1천550개로 제한하도록 했다.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 있는 ICBM과 SLBM, 전략폭격기의 배치도 700개로 제한했다.
ICBM 발사대와 SLBM 발사대, 전략폭격기는 배치된 것과 배치되지 않은 것을 포함해 총 800개만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양국은 이런 정보를 매년 두차례 공유하며, 협정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상대국의 핵시설에 대한 사찰 등을 진행해왔다.
국무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2023년 3월 1일 기준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운반체로 총 662기의 ICBM, SLBM, 전략폭격기를 배치했다.
이들 핵 운반체에 탑재된 핵탄두는 총 1천419개다.
ICBM 발사대와 SLBM 발사대, 전략폭격기는 배치된 것과 배치되지 않은 것을 포함해 총 800개다.
러시아는 2022년 9월 미국과 공유한 자료에서 ICBM과 SLBM, 전략폭격기 540대를 배치했으며 이들 운반체에 핵탄두 1천549개를 탑재했다고 밝혔다.
ICBM 발사대와 SLBM 발사대, 전략폭격기는 배치된 것과 배치되지 않은 것을 포함해 총 759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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